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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적 권리와 행사를 온전히 보장하는 사회를 희망한다


-헌법재판소의 혼인빙자간음죄 위헌결정을 환영하며




어제 헌법재판소는 혼인빙자간음죄(형법 제304조)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혼인빙자간음죄는 기소되거나 처벌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 법적 실효성이 매우 낮았을 뿐 아니라, 그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는 것 자체로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훼손하는 규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만을 대상으로 하여 그 목적이 여성‘인권’의 보장이 아니라 단지 ‘정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는 “혼인빙자간음 법률 조항은 남녀평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고 있어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번 결정이 여성의 성을 보호와 통제의 맥락에서 보아온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결정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안다.  기소 건수가 연간 20여건에 불과해 실효성이 거의 없고 여성계의 폐지목소리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인빙자간음죄 존폐에 대한 입장이 팽팽히 맞섰던 이유는 여성이 성적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는 현실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통념상 강간의 가해자는 피해자와 결혼만 하면 법적인 책임을 벗어날 수 있고, 여성의 결혼 전 임신은 손가락질 받지만 결혼할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성관계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은 공공연히 통하며, 여성의 출산(거부)권은 저출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렇게 여성의 의사와 인권을 존중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는 그 여성이 결혼제도 안에 있는가 아닌가, 임신할 자격이 되는가 아닌가를 우선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이후 혼인빙자간음죄는 사라지지만,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하거나 기망하는 사례가 계속될 것임은 분명하다. 때문에 앞으로 한국 사회는 여성을 통제하는 성(性)담론을 쇄신하고, 여성이 성적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는 바이다.



첫째, 성관계 경험이 있든 없든, 나이가 많건 적건, 배우자가 있건 없건, 여성의 의지에 반하는 성적 시도와 행위들은 성폭력으로 정의되어야 하며, 가해자는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

둘째, 여성의 성적 권리는 온전히 보장되어야 하며, 여성의 성적 행위가 윤리의 문제 또는 사회적 낙인이 되지 않도록 우리사회의 성담론을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2009년 11월  27일

(사)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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