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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유입, 주택정책으로 해결해야

청소년과 여성의 생존권 확보가 관건


조이여울 기자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사회가 좀 떠들썩해진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성매매 시스템에 대해 우리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침묵 일관했었는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반가운 마음을 가져야 할까? 그러나 불안하다. 성매매와 관련해 하고픈 말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마음이 무거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성매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곧바로 “성매매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묻거나, “당신은 금지 입장입니까? 합법화 입장입니까?” 따위의 질문을 던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은 방관자적으로, 혹은 수박겉핥기 식으로 성매매 문제를 바라볼 때 나오기 쉬운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늘 성 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아주 길고 끈질기게 설명하곤 한다. 이들의 현재만이 아니라, 과거,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그렇게 한 번이라도 여성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픈 것이다. 나아가 남성들에겐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라면 어땠을까’하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를 권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문제는 여성들의 생존의 문제이고, 삶의 전반에 걸쳐 경험해 온 폭력과 차별의 문제이며, 대책이 안 서는 암울한 미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대안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 성매매특별법이 갖는 강점도 있지만, 한계와 우려점도 있다. 어떻게 법을 집행하느냐에 따라서, 이에 대한 여론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성 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의 현실이 나아질 수도 있고 별반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론 더 열악해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성매매 업소로 갈 수 밖에 없는 여성들

나는 지금의 시점에서, 성매매특별법의 내용과 법의 시행, 그리고 그와 관련된 논의들이 배제해 온 부분을 이야기하려 한다. 여성들을 끊임없이 성 산업으로 유입시키고 있는 통로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것만으론 안 된다. 성매매 업소를 단속하고, ‘아가씨 장사’를 하는 포주와 중개업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성구매자를 잡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이들 여성들, ‘예비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 간 성매매 현장을 취재하고, 그 곳에서 만난 여성들과 대화하면서 나는 우리 사회의 성매매 문제가 청소년과 여성의 노동권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많은 경우 성매매 된 여성들은 청소년 시기에 성 산업에 유입됐다. 그리고 또 그 중 많은 이들이 가출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십대여성이 집을 나와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최근까지도 우리 정부는 “집에 들어가라”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것은 대안이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다.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 집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이들의 가출은 아예 자신을 받아줄 집이 없거나, 아버지의 학대를 비롯한 가정폭력 때문이기도 하고, 실질적인 가난 때문이기도 하다. 어제 뉴스에 초중고생의 자살 이유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생활고’(28.2%)이며, 그 다음이 ‘가정불화’(17.7%)라는 사실이 보도됐다. 청소년이 자살을 하면 성적(6.3%) 때문이라거나 집단따돌림(0.6%)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과 다른 결과다. 청소년의 가출은 자살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아야 한다.

다시 질문을 던져 보자. 한국에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십대여성이 집을 나와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대학을 나오고 직장까지 있는 여성들도 경제적인 이유로 독립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출한 청소년들의 삶은 사실상 대책이 없다. 이들은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길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자신들의 생계를 꾸려나가길 원한다. 그러나 이들이 일찍 맛본 사회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는 무서운 세계다.

십대 때 가출해서 10여 년간 각종 성매매 업소를 전전하면서 살았던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런 곳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나 같은 사람이 살기엔 세상은 너무나 힘든 곳이에요.” 사회에서 부유하는 십대여성들을 잡아 끄는 것은 성매매 산업의 덫이다. 이들은 처음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여관에서 달방(한달간 빌리는 것)생활을 하면서 버텨보려 하지만, 방세와 차비, 식비 등을 해결할 수 없다. 연고지도 없고 돈을 모을 수도 없고 미래를 설계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가게 되는 곳은 ‘재워주는 곳’이다. 티켓영업을 하는 다방들이 이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는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해 이윤을 챙기고 빚까지 떠미는 곳이지만, 일단 수중에 돈이 없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자기 돈을 내지 않아도 ‘잘 곳’이 있다는 것은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업주들은 ‘이모’, ‘삼촌’, ‘언니’, ‘오빠’라고 부르라면서 인간관계의 정이 고픈 십대들에게 가족행세를 하며 유혹한다.

얼마 전 십대 때 길을 잃고 헤매다 한 공장 업주에게 발견돼 20여년 간 노예생활을 해 온 정신지체 장애인 만덕씨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공장주는 “오갈 데 없는 녀석을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인간 만들어줬다”고 말했고, 이를 지켜 본 많은 이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어린 여성들을 데려다가 성매매를 강요하는 업주들의 모습과 어쩌면 저리 닮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만덕씨의 상황에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과연 티켓영업을 하는 십대여성의 상황에 대해서도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들 중에선 2만원에 어린 여자애들의 몸을 불러내는 이들도 있고, ‘원조’인 듯 ‘교제’인 듯 죄책감도 없이 돈이 필요한 여학생들의 몸을 사는 이들이 있고, 그 여자애들이 결국 20대가 되고 30대가 되도록 빠져 나오지 못하는 성매매 산업의 구조 속에서 역시 ‘손님’으로 존재하는 이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기엔 세상은 너무나 무서운 곳이고, 힘든 곳”이다. 아무도 이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오로지 이용해먹고, 착취하고, 손가락질하고, 외면할 뿐이다.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이러한 현실에 처한 많은 여성들에게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즉 성매매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여성들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임대주택 제공, 노동시장 학력차별 없애야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 성매매 현장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지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주거를 마련해주고, 노동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있는 대안은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주택종합계획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바로 이들, 가출청소년들과 갈 곳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장기 공공 임대주택 150만 호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입주자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서비스 제공과 자활 시스템과의 연계, 효과적인 주택관리시스템 구축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임대아파트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수급권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이 일고 있다. 즉 새로운 ‘주거 빈곤’의 정도를 재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특히 가족단위가 아닌 홀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을 배제시켜왔다는 비판이 크다.

‘주거 빈곤’. 우리 사회는 ‘빈곤’이란 개념을 매우 협소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가출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그저 ‘집 나온 아이들’이라고 부르지 ‘빈곤’의 개념과 연결시키지 않는다. 이들은 돌려보내면 되는 존재거나 시설에 수용될 존재들이 아니라, 독립된 생활을 꾸려나가도록 지원해주어야 할 주체들이다. 이들과 비슷한 처지의 성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자신의 집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존에 결정적인 부분이다. 한 달에 10~15만원 돈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이들은 3~4명이 함께 자취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면서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어려운 문제지만, 노동시장의 뿌리깊은 학력차별과 연령제한으로 인한 부당한 노동권의 박탈도 노동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성매매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이다.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른 성규범과,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학대하는 문화, 끊임없이 자행되고 또 묻혀지는 가정폭력, 청소년과 여성의 노동권이 인정되지 않는 노동시장,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는 국가시책과, 필요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복지제도, 감금해두지 않으면 실질적인 노예제도도 인식하지 못하는 인권의식 등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성매매 구조를 구성하고 있다.

이제 성매매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과연 그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경찰의 단속과 사법부의 처벌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말이 사실이기에. 문제해결의 한 축은 돌고 도는 폭력의 악순환,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것에 있다. 성매매는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의 문제이며 따라서 그 모든 영역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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