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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26일 공개변론…30년간 유책 배우자 이혼 인용은 9건뿐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1958년 결혼한 A(79)씨와 B(81·여)씨는 5년여 만에 별거를 시작해 40년 이상 따로 살았다.

A씨는 고향집에 B씨를 남겨두고 서울로 돈을 벌러 갔고, 그곳에서 새로운 여자 C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자녀도 3명이나 낳았다.

법률상 아내는 B씨였지만 A씨는 C씨와 사실혼 관계를 46년간이나 유지했다.

이런 사실을 모두 알면서도 자신의 부모를 모시며 묵묵히 지내온 B씨에게 A씨는 2008년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A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 대법원은 1965년부터 바람 핀 배우자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나 더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에도 결혼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그간의 판례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파탄주의'적 관점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2010년 6월 대법원도 이런 관점을 일부 받아들여 별거가 46년간 지속한 데 B씨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고,
혼인관계를 지속하면 A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게 된다며 사건을 재심리하라고 하급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에서도 A씨의 이혼청구는 결국 기각됐다.

두 사람은 소송이 진행되던 중 B씨가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다시 내고 나서야 겨우 이혼할 수 있었다.

우리 법원은 1987년 이후 결혼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명백히 없으면서도 악의적으로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이혼을 거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해오고 있다.

...중략...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982년 9월∼2012년 6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사건 171건을 분석한 결과
명백히 혼인관계가 파탄 났다고 인정된 것은 127건에 달했지만, 이 중 실제로 이혼이 이뤄진 사례는 44건뿐이었다.

나머지 83건은 관계가 끝났는데도 이혼하지 못하고 실체 없는 혼인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또 이혼이 이뤄진 44건 가운데 19건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기각됐지만 상대방의 반소가 인용돼 결과적으로 이혼에 이른 경우였고,
쌍방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혼을 받아들인 것도 16건이었다.

오기나 보복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는 사례 등 진정한 의미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9건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경우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고, 우리도 재판이혼에서 이런 파탄주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2년 전국 8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탄주의는 시기상조라는 답변이 30%였지만,
55.4%는 이혼 후 불리한 지위에 놓이는 배우자나 자녀를 보호하는 제도를 두고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답했고,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10%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달 26일 이런 문제를 놓고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의 견해를 듣기로 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만큼 판례가 바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앞으로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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