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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지위, 아태 13개국중 13위"

[프레시안 2005-03-21 16:12]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한국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시아태평양 13개국 중 맨 밑바닥인 13위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여성의 지위 약화는 출산률 급락 등의 후유증을 낳으며 한국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아시아국가중 최하위"

21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스터카드 인터내셔널이 최근 13개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대상으로 남성과 여성의 사회경제적인 수준을 비교한 결과 태국이 가장 우수한 반면, 한국은 최하위로 조사됐다.

태국은 남성과 여성간의 완전평등을 의미하는 1백점 만점에 92.3점을 획득, 아시아 국가에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위는 86.2점을 차지한 말레이시아가, 3위는 68.4점을 차지한 중국이 차지했다. 아시아 평균점수는 67.7이었다.

반면에 한국은 45.5로 인도네시아(52.5)와 일본(54.5)보다 뒤쳐지며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13개 국가의 각국 3백~3백50명의 여성과의 인터뷰와 각국 통계를 근거로 한 것으로, 노동시장의 여성참여도, 대학교육,임원 비율,평균이상 수입 비중 등 4가지 주요지표로 측정됐다.

"과연 한국이나 일본에는 여성은행장이 있나"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 경제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는 21일 '태국의 성공비결? 그것은 여성'이라는 제목에서 칼럼에서 이같은 조사결과를 밝히며, 한국에 대해 적극적 여성 사회경제활동 보장을 주문했다.

페섹은 아시아가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젊고 풍부한 인구, 부채 감소, 도시 증가, 중산층 소비부문 부상, 시장의 팽창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 외에 아시아 경제에서 여성의 역할 증대를 추가해야 한다"면서 "이처럼 여성에게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할수록, 경제가 더욱 활성화되고 그 결과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공공채무를 져야할 필요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녀간 평등도가 높은 1~3위국인 태국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중국은 아시아의 미래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3개국"이라면서, 경제전문가답게 각국 금융계에서의 활발한 여성진출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우선 태국의 경우 "여성의 정치참여는 진척될 여지가 많으며, 인신매매와 번창하고 있는 성매매를 퇴치하는 노력도 마찬가지"라고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태국 중앙은행 부총재 타리사 우타나가제가 여성이며 9명의 부총재보 중 7명이 여성이고, 태국의 4대 은행인 시암상업은행장도 여성이다. 반면에 일본과 한국에서 여성은행장을 몇몇이나 꼽을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현재 한국에는 여성은행장이 전무하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중앙은행 총재가 여성이며, 중국도 여성이 중앙은행을 비롯해 국책은행 등 각 부문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있다.

페섹은 "이들 3개국의 공통점은 평균 수준을 웃도는 여성참여"라면서 "반면에 인도네시아,일본,한국 등 최하위 3개국의 공통점은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부채에 시달리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무시돼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여성노동력 많이 활용해야만 향후 성장 가능"

페섹은 특히 아시아 최하위국인 한국과 관련,"한국은 이번 조사뿐 아니라 유엔 통계에서도 남녀 성평등도가 하위국가로 나타났다"며 "2003년 현재 한국은 여성의 경제.정치적 위상에서 온두라스,파라과이,모리셔스,우크라이나보다 뒤져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한국은 경제성장과 실업률에서 이 지역의 모델이 됐으나,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과도한 채무와 경제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며 "여성 노동력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만이 한국의 노동자원과 잠재경제성장률을 제고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도 여성의 참여과 기업 임원진의 편입을 꺼려온 탓에 '출생률 감소'라는 최대의 장기과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일본 여성의 출산률은 1970년대의 2명에서 1.29명으로 사상 최저수준을 보였으며, 일본 통계당국의 잠정조사에 따르면 출생률은 2004년에 더욱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페섹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인구 1억2천6백만명의 일본은 장차 국가연금시스템의 기금조달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은 많은 여성들에게 자녀 출산을 미루는 결정이 출산과 주부 역할이라는 사회적 기대에 대한 일종의 반역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일본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일본의 출생률은 더 떨어지고 경제성장은 지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섹의 이같은 일본비판은 그대로 한국에도 적용가능하다. 한국의 경우 최근 들어 극심한 사교육비 부담,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양극화 심화 등의 이유로 일본보다 출산률이 빠르게 급락하고 있어, 장차 한국경제의 심각한 암초로 지적되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경제자문을 맡고 있는 헨드릭-웡은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 "경제사 연구에서 경제성장과 발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분명하다"면서 "모든 경제활동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가 확대될수록 보다 강력한 경제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3월초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보다 경제적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은 없다'고 한 발언은 절대적으로 옳다"면서 "태국의 경우 정부가 여성의 지위 면에서 상당한 점수를 얻고 경제가 연 6%가 넘는 성장을 기록한 것은 이같은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스터카드의 조사는 여성에게 경제에 기여할 보다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형평성 차원이 아니라 돈과 자명한 이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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