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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아들의 노모 대소변 수발, 결국 비극 불렀다

최근 많은 언론으로부터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비판 받았던 충남 생모 유기 치사 사건.
언론은 앞다투어 자극적인 보도로 여론몰이를 했고, 병든 60대 노모를 버린 30대 후반의 아들은 '패륜아'로 낙인 찍혔다.

과연 아들 김아무개씨는 왜 어머니를 길거리에 버렸을까.

피의자 김씨의 어머니는 지난 9일 오전 충남 서천 판교파출소 앞에서 출근하던 최정일 경사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최 경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전씨) 할머니가 그냥 이렇게 하고 계시면서 '상관하지 마세요', '간섭하지 마세요', '내버려 두세요'
그 말씀 하고는 이쪽으로 걸어갔다"며 "할머니 안전 상의 위험도 예상되고 또 배회할 것이 우려돼서
지역 보호시설로 옮겨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씨 할머니가 가족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구청을 통해 인근 복지시설로 할머니를 보냈지만,
투병 사실조차 숨겼던 할머니는 사흘 만에 갑자기 쓰러져 인근 병원에서 숨졌다.

▲충남 판교파출소 최정일 경사는 지난 9일 오전 출근길에 처음 어머니 전씨를 발견한 뒤 옆에 앉아서 말을 걸어봤지만
"상관하지 마세요, 내버려 두세요"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했다.


ⓒ 강신우


정신분열증 할머니, 컨테이너 박스에 기초생활수급자 생활

할머니의 삶은 가난하고 어려웠다.
만성신부전증과 정신분열증을 앓아 왔던 할머니는 2년여 전까지 충남 예산에서
진폐증으로 고생하던 남편과 단둘이 컨테이너 박스에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해 왔다.

남편이 사망한 뒤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던 할머니는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병세 호전으로 신장투석 통원치료만 받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고
지난 5일 퇴원해 아들 김씨의 천안 목천읍의 한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심한 조울증 증세가 있던 김씨는 어머니의 병수발을 못 견뎠고, 나흘 만에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집을 나서 방황하다
결국 판교파출소 앞에 어머니를 버렸다.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만성신부전증과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대소변 수발에 지쳤다고 진술했다.

수사를 해온 전태천 충남 서천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장은 "어머니가 오래 전부터 정신분열증과 신부전증으로
일주일의 두번씩 투석을 해야 살 수 있었다"며 "아마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그런 부분에 의해서 봉양하기 힘들기 때문에 버리지 않았나 판단이 된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아들 김 씨의 집. 심한 우울증을 앓던 김 씨는 아내 가출 이후 집에 불을 내기도 했다.


ⓒ 강신우


심한 조울증 김씨, 불안한 심리상태에 집에 불도 냈다

아들의 삶도 평탄하지 않았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일정치 않은 월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선정과 탈락을 반복했던 김씨는
정신질환이 있는데다가 올해 초 아내가 딸을 데리고 가출한 이후에는 집에 불까지 지르는 등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 살면서 김씨와 의형제처럼 지냈다는 김모씨(47)는 당시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냥 (아내가) 애 데리고 나갔다고, 내가 일하고 있는데 회사에 전화해서 울면서 '애 데리고 도망갔어'...
술을 먹고 라면 끓여 먹다가 (집에서) 불을 낸 거야. 속상하니까."

김씨는 아파트 관리비가 5달이나 밀려 있을 정도로 집안 일에 신경쓰지 못했고, 생계로 삼으려던 택배 일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깊은 절망에 빠진 김씨에게 보통사람도 하기 쉽지 않은 어머니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들 김 씨(39)와 그의 어머니 전 씨(66)가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는 모습이
지난 7일 오후 충남 천안시 목천읍 ㄷ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잡혔다.


ⓒ 강신우


사회복지사 "노모 대소변 수발하는 조울증 아들, 짜증나고 신경질 났을 것"

전씨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금매복지원 정용 원장은 "대소변 자체를 받는다는 게 일상적인 생활은 아니"라며
"쉽지 않은 상황이 자꾸 발생하기 때문에 자제분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어머님, 아버님이 젊었을 때는 이러지 않으셨는데 불쌍하기도 하지만 또 짜증나는 감정이 상반되게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신경질도 나고 불쌍도 하고 하여튼 답답도 하고 자제분 편에서는 그런 감정이 많이 있었을 겁니다."

김씨의 소식을 접한 친척은 "그 친구가 법 없이도 살 놈이고, 마음이 착한 놈"이라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라도 어머니가 그렇게 몸이 안 좋아서 그렇게 됐다면 많이 힘들어 할 텐데.
(그러면 사촌동생이 어머니와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나요?) 네, 나쁘지는 않았었어요."

좀 더 능동적이고 촘촘한 복지 사회 안전망이 있었다면 과연 김씨는 어머니를 버렸을까.
온전치 못한 정신상태로 홀로 버텨온 김 씨는 존속유기치사 혐의로 오는 29일 검찰에 송치된다.


오마이뉴스 | 입력 2013.10.26 12:19
[오마이뉴스 강신우,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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