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는 데 주력해 왔다. 매 맞아 죽은 여자들을 위한 위령제를 열기도 했다. 연합뉴스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폭력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상식이며 이상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창립취지문의 일부다. 여성에게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는 모든 제도나 관습, 인습을 없애기 위해 생긴 이 단체가 6월 11일로 창립 30돌을 맞는다. 1983년 이후 조직이 계속 커져 현재는 전국 25개 지부, 회원 1만여 명의 국내 최대 여성 인권 단체가 됐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위기에 처한 여성이 정당하게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를 처음 주장한 것도 여성의전화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폭행범의 혀를 깨문 주부 변모 씨 사건. 변 씨는 1988년 9월 귀갓길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성폭행범의 혀를 물어뜯었다. 과잉방어 혐의로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당시 판결문에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의 혀를 잘라’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판결 하루 전날 여성의전화는 ‘강간에 대한 정당방위도 죄인가’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변 씨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항의문도 채택했다. 이후 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단체가 6개월간 구명운동을 펼쳐 변 씨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여성의전화는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등 이른바 ‘3대 인권법’ 제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1년에는 성폭력 관련법에 대한 공청회를, 1994년에는 가정폭력방지법을 추진하기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전화는 1999년 ‘부부재산 공동명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노력으로 이혼소송 시 여성이 얻을 수 있는 재산분할 비율도 30%에서 50%로 올랐다. 매년 5월이 되면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행사를, 11월에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행사를 열었다. 2006년 이후에는 여성 관련 공익광고도 만들고 여성인권영화제도 개최했다.

여성의전화는 몽골, 필리핀,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아시아여성네트워크’를 2009년 공식 출범시켰다. 이런 공로로 대통령상과 시민인권상, 시민운동대상을 받았다.

여성의전화는 올 6월 전현직 활동가와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대회를 열고 창립 30주년을 축하할 예정이다. 이 단체의 역사와 여성 인권에 대한 쟁점을 담은 책을 발간하고 기념 영상도 만든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