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펌]이혼숙려제도는 ‘반여성적’ -출처:일다

by 강서양천여전 posted Nov 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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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숙려제도는 ‘반여성적’

여성단체, 이은영 의원 대표발의에 항의

윤정은 기자

“이제 ‘여성’을 등에 업고 하는 정치적인 행위에 대해 정말로 여성을 위해 하는 건지 점검하고 옥석을 가려내야 할 때다. 여성단체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여성단체라고 해서, 여성정치인이라고 해서 손을 들어줄 때는 지났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여성정치세력화가 아니겠는가?”

‘경솔한 이혼’이 무엇이길래

여성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분석하는 토론회가 끝나고 여성단체 주최측과 발제자들이 모여 한 얘기다. 이 토론회는 17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주최했고, ‘이혼은 가족해체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발제자 전원은 이혼숙려제도의 문제점과 현실적으로 불거질 문제들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여기서 여성정치인에 대한 얘기가 나왔던 것은 이날 토론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던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을 이은영(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 해 16일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은영 의원은 이 법안의 제안 이유를 “가족해체의 근간인 이혼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경솔한 이혼을 방지하기 위한 숙려기간”을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같은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이 법은 헌법에서 추구하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위배와 사생활침해 우려가 있다”며, “결혼의 자유가 있으면 이혼의 자유가 있는 것인데 국가적으로 규제가 들어가는 것은 권력의 남용”이라고 강력히 법안 반대이유를 들었다. 또 그는 “여성단체나 여성운동이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조장되는 정상가정 이데올로기와 싸움을 걸어야 하며 이제는 정면돌파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박혜경(인천발전연구원 여성개발센터)씨는 이혼숙려제도의 취지에서 말하는 ‘경솔한 이혼’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함의에 대해 “성인 국민의 행위 능력과 개인 이성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혼에서 중요한 것은 이혼 후 자녀에 대한 복지문제인데, “이 법안은 자녀 복지에 대해서는 약소하게 다루고 있고, 이혼 방지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강제상담, 누구 배를 불려주나

또 이혼숙려제도에서 뜨거운 쟁점을 불러왔던 문제는 3개월의 숙려기간뿐 아니라 이혼을 신청한 부부가 강제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이 경우 법원 외 상담은 유료다. 법원 외 상담인은 법원행정처장이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 대목을 두고 성정현 협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계층이 낮은 경우는 법원 외 상담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될 수 있어 상담에 대한 선택권에서마저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짚었다.

법원 외 상담은 실제 8~20만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이 법안이 통과될 것을 기대하고는 고액의 상담 일자리가 얻기 위해 300~400명 정도의 종교계 인사들이 상담교육을 받고 있는 형편이라고도 전했다. 성정현 교수는 또 “법원 외 상담기관으로 지정 받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이 유발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여성상담센터 현혜순 소장은 실제 상담현장 사례를 들며 “특히 여성들의 경우 지독해야 이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정도”라며 ‘경솔한 이혼이나 홧김에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이혼’으로 이혼률이 증가했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여성이 이혼 후 “시원함과 긍정적 평가”를 했고, “이혼이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라고 한다고도 전했다.

성정현 교수는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저출산 정책과 마찬가지로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 또한 “국민의 현실과 인식수준을 수용하지 못한 법안이며, 시대를 반영하는 시각을 전제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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