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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무기수 그들은 누구인가] 대다수가 폭력남편 살해 아내살해보다 처벌 가혹

[국민일보 2006-01-31 18:07]


여성무기수 절반 이상의 죄목은 남편 살해죄였으며 30∼40대가 약 70%에 달했다. 특히 남편을 살해한 행위가 부인을 살해한 때보다 훨씬 가혹한 처벌을 받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가 ‘형사정책연구 2005년 가을호’에 기고한 ‘여성무기수형자에 대한 형사절차 및 시설내 처우’라는 논문에서 밝혀졌다.

◇여성무기수 절반은 남편 살해죄=논문에 따르면 2005년 7월 현재 전체 무기수형자는 1085명으로 이중 여성은 4.05%인 44명이었다. 한 교수 연구팀은 1999년 여성무기수들이 집중수용돼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45명의 여성무기수를 대상으로 면접 및 설문 조사를 벌인 뒤 최근 보충조사를 거쳐 논문을 발표했다.

여성무기수들의 연령은 25∼64세로 평균연령은 43.7세였으며,남성무기수의 평균연령보다 4.7세가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11명,24.4%)와 40대(20명,44.4%)가 여성무기수의 대다수(68.8%)를 차지했다. 범죄 동기로는 가정 불화(33.3%)나 순간적인 충동(28.6%)이 가장 많았다.

범죄 유형은 살인이 36명(85.7%),강도살인이 6명(14.3%)이었다. 특히 절반 이상(53.3%)은 남편이 살인 피해자였다. 피해자의 대부분(89.9%)이 배우자를 포함한 부모,형제자매,친척,애인 등 ‘아는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무기수는 피해자가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45.4%에 달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한 교수는 “다른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무기형 선고의 경우 아내살해 행위가 남편살해보다 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며 “배우자 살해의 경우에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가혹한 양형을 받아 왔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여성무기수들의 90% 정도는 무기형을 선고받았을 때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기분이었다’고 응답했다. 또 ‘사형을 받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는 응답도 72%를 차지했다. 여성무기수 중 19명(41.3%)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으며,그 중에서 6명(13.0%)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여성무기수들은 교도소 생활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욕구로 32명(69.6%)이 ‘가족과의 접촉’을 꼽았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와 두발 및 용모관리의 욕구도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여성무기수들은 대다수가(34명,73.9%)가 수형생활로 건강상태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운동부족(37.1%)과 비위생적인 환경(31.4%)을 꼽았다.

한 교수는 “무기형을 선고받은 여성범죄의 배경에는 남편에 의한 심각한 가정폭력이 자리잡고 있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가정폭력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alethe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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