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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7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는 '나쁜 손'입니다.

현직 서울대 교수가 학생 성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나도 피해를 당했다" 주장하는 학생이 20명을 넘어섰고 오늘은 급기야 기자회견까지 열렸습니다.

[한유미/피해자 측 변호사 : 저희는 그동안 가슴 속에 큰 상처를 묻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비로소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오기까지 저희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고 여전히 두려움도 남아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피해자 X' 라고 칭했습니다. 이름을 감추고 싶었던 것이지요.

두려웠을 겁니다. 취업에 반영되는 학점을 교수가 쥐고 있는 데다 자칫하면 불이익마저 당할 수 있으니 그저 속앓이만 해왔을 겁니다.

결국 해당교수는 면직처리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는 '성폭력 추방주간'입니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권력형' 성추행 사건은 한두 건이 아니었습니다.

1993년 최초의 성희롱 소송은 대학에서 벌어진 일로 시작되었고,
해방 이후부터 2012년 말까지의 성희롱 판례를 분석한 논문을 보면 소송의 30%가 대학교수와 관련돼 있습니다.

이중 유죄가 인정된 것은 60% 정도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대학이었을까요?

짐작하건대 학생이 그만큼 약자이고 반면에 교수는 기득권을 쥐고 있는 강자였다는 의미일 겁니다.
또, 학교가 그만큼 폐쇄적이라는 것을 뜻하기도 하죠.

권위와 권력. '갑'의 지위를 가진 이들이 저지르는 권력형 성범죄는 학교뿐 아니라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얼마 뒤 법정에 서게 될 텐데요.

민망하게도 죄목은 '성추행'입니다.

3부 요인이 성추행 혐의로 재판정에 서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죠?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했다는 전직 국회의장의 핑계는 좀 옹색합니다.

"딸 같아서…"였지요.

이 밖에도 전 국립의료원장이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발됐고,
전직 검찰총장은 골프장 여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지도층이란 말을 쓰지 않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이런 단어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수록 사회 지도층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더더욱 민망해집니다.

"모든 죄악에는 반드시 무지가 뿌리내리고 있다"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입니다.

그런데요. 배울 만큼 배운 분들이, 또 가질 만큼 가진 분들이 설마 무지해서, 몰라서 그러시진 않았겠지요?


-JTBC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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