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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과 성범죄의 연관성?

너무나 의도적인 연합뉴스의 보도행태

문이정민 기자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 온갖 황색언론들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 성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것은 결국 남성들이란 성욕을 못 참고 어떻게 해서든 풀어대야 하는 존재임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돈 몇 푼 쥐고 여자를 사서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게 하면, 거리에 있는 아무 여자라도 강간을 할 것이라는 비이성적인 위협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연합뉴스가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하고 싶었는지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해 성폭력 발생률을 비교하고 나섰다. 그제서야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의 출발은 인천지방경찰청이 10월 한달 동안의 성폭력범죄 신고건수와 발생건수를 발표했다는 내용이고, 그 수치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우리사회 내에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면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성폭력의 실체가 매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름 붙이지 못했던 무수한 여성문제는 언어화되고, 개념화되면서 비로소 가시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너무나 뻔히 악의적인’ 해석을 교묘히 덧붙였다.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연관시킨 것이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범죄는 더 늘어났을까? 3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한달 동안 경찰에 접수된 성폭력 범죄 신고는 85건으로 월평균 56.8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10월 한달 동안 10건의 강간과 준강간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 월 평균 6.2건보다 높게 집계됐다.

지난 10월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 8월의 88건(강간및 준강간 10건 포함)과 비슷한 수치이나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9월보다 23건(강간과 준강간 5건) 늘어난 수치다. (중략)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과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 등 이른바 성매매 특별법은 지난 9월 23일부터 시행된 뒤 한달간 집창촌을 중심으로 성매매 집중 단속이 이뤄졌으며, 일부에서는 이로 인해 성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연합뉴스, 성매매특별법 이후 성범죄 늘었다(?), 2004년 12월 3일자)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범죄는 더 늘어났을까?"로 시작된 이 기사는 한 지역에서 한 달 간 경찰청에 집계된 성범죄 건수를 자료삼아, 성매매특별법과 성범죄와의 연관성을 유도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경찰 측에서조차 "계절과 주기별로 성범죄 현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월별 통계를 토대로 성매매 특별법 이후 성범죄가 늘었다고 보기는 무리다"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는 "성매매특별법 이후 성범죄 늘었다(?)"라는 선정적인 제목 하에 무책임한 보도를 하고 있다.

성범죄가 경찰청에 집계되는 건수에 대한 분석은 면밀히 검토돼어야 할 문제다. 성범죄의 증가와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연관시키는 어떤 논리도 그런 통계만으론 구성할 수 없거니와, 신고나 검거 건수만으로 성범죄가 증가했다고 논하는 것도 무리다.

이건 어떤가.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된 시기에 성폭력 사건이 접수가 가장 많았고, 유아성폭력에 대한 개념이 생긴 후 유아성폭력 신고가 줄을 잇기 시작했으며,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법안이 통과됐을 때 여성노동자들의 상담신고가 폭주했다. 그렇다고 성폭력 특별법 때문에 성폭력이 증가했다고, 유아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에 유아성폭력 발생이 높아졌으며,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직장 내 성희롱이 증가했다고 보도하는 언론이 있었던가.

성폭력 범죄 역시 성폭력 피해자를 오히려 죄인으로 낙인 찍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나서서 사건을 신고하고 공론화시키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했을 것이고, 따라서 제대로 가시화될 수 없었다. 매해 성폭력범죄 신고건수와 발생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보여지지 않았던’ 문제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실(fact)’은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 기사에 성매매특별법과 성폭력범죄율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래서 소심하게 괄호 안에 물음표 하나 덧붙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연관 지은 ‘의도’는 있다. 제목에서부터 강하게 선정성을 의도한 이 기사는 결국 성매매특별법이 남성의 성욕을 풀어내는 ‘하수구’ 역할을 못하니, 성폭력 발생이 늘어나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지고 있는 셈이다. ‘성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까지 친절히 덧붙이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통계를 발표한 지역이 어디인가. 바로 인천이다. 인천과 부산은 여성단체와 성매매 여성들이 함께 손잡고 '집결지역 프로젝트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요구했던 지역이다. 이 기사의 의도는 너무나 선명하다.

굉장히 객관적인 어조를 띄고 있는 듯하지만, 이 기사는 결국 ‘남성의 성욕을 위해’ 성매매는 존재해야 한다는 남성중심적 논리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성매매를 '참을 수 없는 남성의 성욕'에 의한 '필요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성매매가 없어지면 성폭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식의 논리로 연결되는 것이다. 성매매가 없어지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아우성 치던 목소리 속에 존재하던 일관된 하나의 믿음은 ‘남성의 성욕은 어쩔 수 없다’는 신화다.

그렇다, 그것은 ‘신화’다. 남성 중심적 사회가 각인시켜온 허구적인 믿음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는’ 것인가. 아니, 우리는 그저 남성이 '성욕을 참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 살고 있을 뿐이다. 여름철 높은 강간 발생률에 대해 논하면서, 남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잘못이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해도 통하는 한국사회가 아니던가. 이런 사회 속에서 '남성의 성욕은 어쩔 수 없다'는 신화가 공고히 자리 잡는다.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많다. 논란은 토론으로, 그리고 생산적인 대안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렇듯 언론들이 나서서 여론을 호도하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선정적인 보도만을 내세우기 바쁘니, 성매매 문제의 핵심을 빗겨간 대책 없는 비방과 오해만이 난무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달린 수많은 네티즌의 의견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성중심적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행태를 탈피하지 않으면, 여성문제는 언제나 선정적인 가십과 욕설의 대상으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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