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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19일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배보영(26) 순경은 마포대교 전망대 부근 벤치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A양을 발견했다.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A양이 마포대교에 갔다"는 친구 B양의 신고를 받은 지 5분 만이었다.
이 벤치 뒤엔 150m 길이의 전망대가 있어 A양은 마포대교 어느 쪽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우산을 쓴 채 30분 가까이 한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인지 A양이 앉은 곳만 물에 젖지 않은 상태였다.

"무슨 일 있니? 언니랑 같이 걸을까?" 배 순경이 A양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눈을 감은 채 울고 있던 A양이 "언니, 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죽기 싫어요"라고 입을 뗐다.

배 순경은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붉은 복숭아처럼 부어있는 상태였다"고 당시 A양 모습을 기억했다.
한눈에도 슬퍼보였다고 했다.

배 순경은 A양 앞에 쪼그려 앉아 허벅지에 양손을 올리고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10분간 대화를 나눴다. "예전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어요.
성적도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 괴로워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양은 교우 관계에서 문제를 겪어오다,
얼마 전 치른 중간고사에서 성적까지 떨어지자 이날 마포대교를 찾았다고 했다.

얘기를 다 들은 배 순경은 "친구(B양)와 가족이 얼마나 너를 걱정했는지 모른다"며 "너를 위해 울어줄 사람 한 명이면 된다.
지금 이 힘든 문제도 다 지나갈 거다"라고 말했다.
배 순경과 함께 용강지구대까지 간 A양은 황급히 달려온 부모 품에 안겨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 제복을 입은 지 이제 4개월째인 배 순경은 지난 두 달간 마포대교 위에서만 6명의 자살 기도자를 설득해 귀가시켰다.

배 순경은 "뛰어내리기 직전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자살 기도자 대부분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며 "관심이 사람을 살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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