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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박은 가슴속 대못 이제야 빠져"
근로정신대 할머니, 미쓰비시 상대 손배소 14년 만에 승소

"비로소 가슴속에 박혀 있던 대못이 빠져나온 것 같습니다."

광주지방법원 민사12부 이종광 부장판사가 1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근로정신대 양금덕(82) 할머니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 할머니는 법정을 나서기 전 재판부에 머리를 숙여 감사 표시를 했다.
어느새 양 할머니의 두 눈에는 지난 60년 세월의 한을 토해내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원고인 이동련(83) 할머니는 "날개가 있으면 날아갈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광주지법은 이날 손배를 청구한 근로정신대 원고 4명 모두에게 각각 1억50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소송을 낸 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승소 판결문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1999년 3월 처음으로 일본 나고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후 나고야 고등법원과 일본 최고재판소에 잇따라 항소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지난 7월 서울고법(신일철주금 상대·배상액 1인당 1억원), 부산고법(미쓰비시 상대·배상액 1인당 8000만원)의 판결 이후 세번째다.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전범기업이 강제로 13세 소녀들을 동원해 노동을 착취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본은 1930년 6월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을 채택해 여성이나 18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강제노동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어겼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여자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문했다.
국가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600여명에 달하고, 이 중 400여명이 생존해 있다.

이번 판결이 또 한·일 간의 오랜 숙제인 강제징용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상갑 공동대표는 "미쓰비시중공업이 항소를 해도
국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일 양국이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대법원에서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국내에 미쓰비시중공업 기업체가 들어와 있어 채권 확보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이례적으로 소회를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대한민국이 해방된 지 68년이 지나고
원고들의 나이가 80세를 넘는 시점에서 뒤늦게 선고를 하게 돼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이번 판결로 억울함을 씻고 고통에서 벗어나 여생을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와
데라오 데루미 공동대표를 포함한 관계자 10명이 재판을 지켜봤다.
또 일본 지원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일본 소송의 원고였다가 2009년 숨진 김혜옥 할머니의 묘소(국립 5·18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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