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힘든 이혼, 그러나 지금 행복하다

여성의전화 ‘새로운 이혼담론 만들기’ 토론회


일다 김영선 기자
2007-03-29 17:17:10


“우리 엄마도 가정폭력 피해자로 몇 십 년을 살면서도 사별로 끝났는데 그게 죽어야 끝이 나는 것이더군요. 저는 본인을 위해서, 이혼하기 전에 노력을 많이 한다면 이혼하고 나서 후회도 덜할 것 같고 나머지 삶을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지난 28일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쉬운 이혼은 없다!”는 제목으로 ‘새로운 이혼담론 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이혼 당사자 3명의 사례 발표에 이어 발제와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선임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여성들이 자녀들을 위해 참고 살았던 것이 큰 반면, 최근에는 여러 이유로 이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순씨는 여성들이 이혼을 결심하는 이유로, 결혼의 의미 상실, 시어머니와의 갈등, 성 역할 기대의 차이, 남편의 경제적 무능, 성생활의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부부생활의 불만과 대화부족 등을 꼽았다.

이혼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이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혼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변화순 연구위원에 따르면 여성이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 남편 다수는 ‘아내에게 남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고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폭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또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한 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 경제적 어려움 등 이혼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 다양하다고 한다.

온 세상과 싸워야 하는 현실





자신의 이혼 경험을 발표한 여성들은 이혼 전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편견이 담긴 시선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43세의 A씨는 “이혼을 결심한 것은 10년 전이지만, 법적인 이혼은 3년 전에야 했다”고 밝히면서, 이혼을 하기까지 7년은 ‘이혼의 명분’을 찾아야 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이혼을 왜 하냐?”고 물어왔기 때문이다.

A씨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전 남편의 폭력이었는데, 사람들은 “단 한 번의 폭력이었잖아. 남편이 반성하고 있다며?”라고 말하며 A씨를 설득했다. 때로 “네가 (맞을만한) 원인제공을 했겠지” 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A씨는 “당시 남편은 이혼을 삶의 한 형태로서 생각하지 못했고 ‘나쁜 놈’, ‘가정도 못 지키는 무능력자’, ‘남자답지 못한 남자’가 될까봐 합의이혼을 망설였다”면서, “남편으로부터 ‘한 번의 실수일 뿐인데, 그렇게까지 지독하게 해야 되냐’는 말을 들을 때는 마음이 무척 흔들렸다”고 말했다. “한 번의 폭력이었다 할지라도 나는 저 사람과 같이 살 마음이 사라졌는데, 내가 왜 이렇게 흔들려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는 게 A씨의 이야기다.

이혼을 한 이후에 겪는 차별도 만만치 않다. 49세의 B씨는 “원래 직설적인 내 성격을 두고, ‘저러니까 이혼했지’라고 말하더라”면서, “이혼을 하려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용감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C씨는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여자 친구의 부모님이 아들이 한부모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싫어했다. 그리고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권리를 요구하니 ‘성격이 드세니 이혼했지’라는 말을 듣고, 담임 선생님한테 아들이 ‘찍히더라’”는 경험을 이야기했다.

A씨의 경우 처음에는 이혼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했지만, 나중에는 가까운 관계에서만 이야기하게 됐다. 여자친구들은 “남편이 (이혼했기 때문에) 너랑 놀지 말래.”라고 말하고, 남자들은 ‘임자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며 “술 한 잔 먹자”고 추파를 던졌기 때문이다. A씨는 “이혼하는 것은 한 상대와 싸움을 통해 다시 친구가 되는 과정이었는데, 정작 이혼을 한 후에는 온 세상과 싸우는 것이 되더라. 적이 많아지더라”고 말했다.

재판 지연으로 인한 피해 만들어선 안돼

아이들을 양육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B씨는 “매스컴이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탈선한다는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한부모 가정은 대개 경제적으로 힘들고 아이들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탈선의 우려가 크지만, 중요한 것은 대화”라고 이야기했다.

B씨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만약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이들도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큰 아이는 말을 더듬었고, 작은 아이는 아빠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숨고 늘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한편 “현재 이혼한지 13년째인데, 내가 이혼할 당시에는 가정폭력방지법이 없어 무척 힘들었다. 경찰에 신고해도, 전 남편은 바로 풀려났다”고 법적인 장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권정순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재판상 이혼절차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권정순 변호사는 “최종 이혼 판결을 받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며, 그동안 배우자로부터 생활비 및 양육비를 충분히 지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법원은 적극적인 사전처분 결정을 통해 재판 지연으로 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방 배우자가 은닉한 재산은 이혼소송 중 찾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권정순 변호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혼 절차 중 법원의 명령에 따라 재산을 모두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불이익을 주도록 하는 가사소송법 개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쉬운 이혼은 없다.’ 하지만 힘든 경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을 발표한 3인 모두, 이혼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았다. A씨는 “이혼을 준비하는 동안 성공적인 이혼의 사례를 듣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혼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내 사례가 이혼을 했거나 이혼을 하고자 하는 분들께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B씨는 “이혼하는 나를 보고 ‘정신이 이상하다’고 말하던 친구가, 3년 뒤에 자기도 이혼하더라”고 말하면서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자살했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라고 이혼 후의 마음을 전했다. C씨는 “이혼은 더 이상 죄가 아니다는 말은 너무 약하다. 이혼은 내게 축복이었다”고 이야기했다.

ⓒ www.ildaro.com
?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