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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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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밥푸러 오세요”

초등학교 학부모 학교급식당번제도


조주은 기자

서울시에 거주하는 배은심씨(35세)는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간 아이로부터 담임선생님께서 엄마 핸드폰번호를 적어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틀 후 배은심씨의 아이는 학교급식 당번표가 적혀있는 종이를 가져왔다. 학생들 이름 옆에는 급식당번을 해야 하는 날짜가 적혀있었다. 부득이하게 참석할 수 없는 날이 있다면 학생회장과 부회장 ‘어머니’를 통해 알아서 바꾸라며 ‘친절하게’ 전화번호까지 적혀있었다.

어머니 노동 무급으로 착취

현재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전체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학교에 식당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학교급식제도는 교실배식으로서, 전체여성들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1, 2학년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돌아가면서 급식당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저는 큰 애 때도 그렇고 둘째 애도 그렇고 학교행사에 전혀 참석할 수가 없어요. 급식당번도 마찬가지죠. 남들은 자기가 못 가면 할머니들이라도 간다는데 저는 전혀 그럴 형편도 못 되고요. 정말 마음이 아프죠.”(인천의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35세의 어머니)

“저는 예전에 우리 애가 급식당번인 날에는 월차를 쓰고 갔었어요. 내년에 둘째가 학교에 입학하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되죠.”(서울의 모 은행에 다니고 있는 37세의 어머니)

통계청에 의하면, 2004년 현재 한국사회의 기혼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또 많은 여성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로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일하는 아버지와 살림하는 어머니’라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에 입각해, 현실을 무시한 행정을 해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초등학교 어머니 학교급식당번제도다.

학교급식당번제도는 어머니들의 노동에 기반하여 운영되고 있다. 여건이 안 되는 ‘일하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은 아이의 할머니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한 정수기업체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어렵게 시간을 내서 급식당번으로 참여했던 서명희(37세)씨는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안 가려고 해도, 내가 안 가면 할머니 혼자서 무거운 밥통과 국통, 식판을 들고서 교실로 이동할 생각을 하면 안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담임선생님 눈치도 보이고요. 무엇보다도 애가 더 나서서 급식당번에 꼭 와야 된다고 당부할 때는 외면하기가 힘들죠”라고 말한다.

학교급식제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그 동안 학교급식제도는 메뉴의 질 문제로만 접근되었다. ‘모성본능’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측면에 대해서는 긴 침묵이 있었다. 왜일까? 소위 진보적인 교육단체들조차도 왜 이러한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채택하지 않았을까?

자녀의 보호자는 학교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현장에서는 자녀의 보호자를 일차적으로 어머니로 규정하고, 보호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어머니들을 노동력으로서만 이용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중하고 귀한 자녀들을 향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울산 교육시민회 기획실장이자 양정초등학교 운영위원인 김현주(38세)씨는 “이 문제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문제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운영위원회의 구성원을 보면 이러한 안건이 제출되기조차 힘들 수 있다. 서울의 예를 든다면, 개별학교단위로 하기보다는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엄마들이 진정을 내는 것이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라고 말한다. 서울의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학교 방과후 교실 운영인력도 유급인력화하고 있기 때문에 급식예산에 급식당번 인건비를 책정하여 하루 빨리 유급인력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들은 학교의 운영에 대하여 궁금해하고 바램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요구는 학교와 상호 소통되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운영되는 청소, 급식당번제도는 오로지 인력으로서만 어머니들을 동원하고 있는 제도다. 이제 ‘모성본능’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들의 노동력을 무급으로 착취하는 초등학교 급식제도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만 한다.

또한 어머니들의 노동력을 동원하여 운영되는 학교급식제도는 일하는 어머니들을 번거롭고 힘들게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여성노동권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학교에서 무급으로 이용하는 ‘밥퍼주기’같은 가족 내 보살핌 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는 곧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져, 여성노동자 임금수준 저하(남성의 63.2%)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단체, 교육관련 단체와 노동운동단체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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