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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편향적 판례 주입교육 문제 사실관계 위주 토론교육 절실”

법조계의 페미니스트 오지원 씨



2년차 사법연수원생 오지원씨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법조계의 ‘페미니스트’다. 딸 셋 중 막내인 오씨는 별명이 ‘꼭지’였다. 남동생을 보라는 뜻이다. 오씨는 아들을 바라는 어른들이 이상하기만 했다. 고려대 법대를 다니면서 여학생회 집행부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여성주의에 눈을 뜨게 돼 ‘페미니스트’가 됐다.

오씨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자마자 강서양천여성의전화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상대로 법률상담과 소장을 작성해주는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연수과정 도중 우연히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를 맡을 기회도 얻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호주제 위헌 소송 재반박 준비 서면을 작성했고 검사시보로 일하면서 가정폭력사건을 맡았다.

대법 판례중시가 반여성적 판결 낳아

법조계는 판사의 88.50%, 검사의 93.85%, 변호사의 94.94%가 남성이다.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은 조직이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법조인의 72.13%가 양성평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 성폭력 사건의 판결에서 보듯 반여성적인 판결이 내려질 때가 많다. 오씨는 그 원인을 대법원 판례를 중시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는 판례를 ‘생명’으로 알고 있다. 연수원 공부 과정에서 대법원 판례를 알고 있는지가 성적과 연결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간죄의 경우 폭행 정도가 극심한 것만 처벌하는 남성주의적 판결을 내리고 있다. 또 아내 강간을 인정하지 않고, 가정폭력에 대항하여 남편을 가해했을 때조차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등 외국의 판례와 비교해 여성에게 불합리한 점이 많다.
오씨는 “연수생들은 공부만 파고들다 보니 세상의 문제나 변화에 둔감하다”면서 “개인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현재의 대법원 판례의 논지가 가장 중립적인 태도고 모든 문제의 정답이라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성정체성 가진 여풍당당 법조인 될터”

오씨는 대안으로 사법연수원이 실무 위주 교육보다 다양한 사실 관계에 대한 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연수원의 교육이 판결문과 공소장을 쓰는 실무 수습이 주를 이루기 때문. 그는 “우리 사회의 통념 중에는 남성편향 또는 기득권자 편향적인 것들이 많기 때문에, 법조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사고방식이 헌법이념에 비춰 ‘합리적’인 것인지, 단순히 기존의 ‘통념’에 따른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수원도 올해 처음 수업시간에 형사 사실관계를 놓고 토론시간을 갖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여성인권문제를 연구하고 싶은 오씨가 가장 좋아하는 법조인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민변 여성위원회의 변호사들.
그는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성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자기 일을 현명하게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이상을 드러냈다.
여성이나 소외된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를 꼼꼼하게 챙겨듣는 판사, 분쟁을 해결할 힘을 가진 판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 오씨를 보며 양성평등이 뿌리내린 법조계의 미래를 그려본다.

송옥진 기자 soj@iwomantimes.com


출처 우먼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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